"엄마아빠 사랑해" "불 나서 죽을 것같아"…부천 호텔 화재 마지막 문자

25일 오후 경기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장례식장. 최근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 사망자 A 씨(25·남)의 부모는 아들의 마지막 순간 문자를 보여주며 침통한 표정을 보였다.

A 씨는 지난 22일 경기 부천시 중동 모 호텔 7층 객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 씨는 화재 발생 15분 뒤인 오후 7시 49분쯤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라고 문자를 보냈다. 2분 뒤에는 '나 모텔불이 나서' '죽을 거겉아'라고 보냈다. 그로부터 8분 뒤인 오후 7시 57분쯤에는 '엄마아빠(동생이름) 모두 미안하고사랑해'라고 했다.

띄어쓰기를 하지 못한 채 보낸 문자는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4분 뒤인 오후 8시 1분 아들의 문자를 확인한 어머니는 놀라 아들에게 전화를 했지만, 아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들 어디냐'라는 문자에도 묵묵부답이자 아버지는 곧바로 112에 신고를 했다고 한다. '부천 한 호텔에서 화재가 났다고 한다'는 경찰의 말을 전해 듣고 아버지는 곧장 화재 현장을 찾았다.

오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버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경찰은 '병원 응급실에 가보시라'라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치료를 마치고 살아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A 씨의 유족은 "문자를 보내고 난 뒤 4분 만에 아들이 쓰러진 것이다"며 "소방이 사다리차 등 초기대응만 잘했더라면 분명히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화재 사망자들의 빈소는 순천향대학병원에 3곳, 부천장례식장 1곳, 부천성모병원 2곳, 부산 삼신전문장례식장에 1곳 등에 각각 차려졌다. 20대 여성과 에어매트로 떨어진 40대 여성은 이날 발인을 마쳤다.

이번 화재는 지난 22일 오후 7시 39분쯤 부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내국인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소방 당국은 투숙객이 객실에서 나간 뒤 에어컨에서 불똥이 떨어져 소파와 침대에 옮겨 붙으며 불길이 확산한 것으로 추정했다. 내부 인테리어에 합판 목재가 많고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아 연소가 확대됐다는 게 소방 당국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