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두(37·BDH파라스)는 군 복무 중이던 2007년 뇌척수막염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후유증으로 척수 장애인이 됐다. 모든 게 절망적이었다. “다치고 나서 못 걸어 다니니까 밖에 나가는 것도 두려웠다. 무기력했고, 의욕도 없었다.”
7~8년을 집에 갇혀서만 지냈다. 국가 유공자 신분으로 온라인 슈팅 게임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영영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용기를 내고 밖으로 나와 진짜 총을 잡았다.
단순히 호기심으로 시작한 사격이었지만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선수 활동까지 하게 되면서 그가 마주한 세상은 달라졌다. “내성적이던 성격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활발하게 바뀌었고, 경제 활동과 대회에서의 메달 획득 등을 통해서는 자존감이 많이 높아졌다.” 그리고, 처음 출전한 패럴림픽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움켜쥐었다.
조정 두는 30일(한국시각)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패럴림픽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237.4점을 쏴 인도의 마니쉬 나르왈(234.9점)을 2.5점 차이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조정 두는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이자 여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 이윤리(49·완도군청·은메달)에 이어 두 번째 메달을 따냈다.
조정 두는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연습 때처럼 잘 되지가 않아서 약간 좀 불안 불안하긴 했는데 거기서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상대방이 다 알아서 빠질 거다. 그냥 나는 편하게 쏘자’고 했다”면서 “마음 한편으로는 첫 금메달을 제가 무조건 따야지 하고 생각을 하고 있긴 했는데 진짜 따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라고 했다.
대회를 앞두고 비장애인 실업팀과 함께 훈련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도 했다. 조정 두는 “그것이 가장 힘이 됐던 것 같다. 그때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면서 “비장애인 선수와 점수 차이가 심하기는 한데 ‘해볼 만하구나’라는 것을 느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2월 결혼한 그는 오는 9월이면 ‘아빠’가 된다. 첫 아이가 9월 12일 태어난다. 조정 두는 “밖에 나와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아내한테 엄청 미안했다. 근데 미안하니까 그만큼 내가 더 열심히 훈련했고 금메달을 따서 아내에게 갖다 주고 싶었다”면서 “금메달은 아기한테 주고 아내에게는 (배동현) 단장님이 주시는 20돈짜리 금을 주겠다”라고 했다. 배동현 파리패럴림픽 선수단장은 이번 대회에 앞서 모든 메달리스트에게 금 20돈짜리 메달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아들의 태명은 ‘용띠’. 조정 두는“‘용띠’를 거꾸로 하면 ‘띠용’ 이렇게 되니까 귀엽다”면서 “이름은 작명소에 맡기려 한다. 조 씨로 시작되는 이쁜 이름을 도저히 못 찾겠다”면서 미소 지었다. 경기 전에는 소화 문제 때문에 밥을 안 먹는 루틴이 있는 터라 아침, 점심을 거르고 이날 사대에 섰던 조정 두는 “배가 너무 고프다. 빨리 식당 가서 라면 끓여 먹고 싶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의 시간은 길었다. 하지만 한 번 문을 열고 나온 뒤 무섭게 집중했고, 결국 세계 최고 명사수가 됐다. 조정 두는 그처럼 후천적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무슨 말을 전하고 싶은지 묻자 “본인이 용기를 갖고 일단 밖으로 나와야 한다. 나가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러면 길이 보인다”라고 답했다. ‘무조건 한다’는 신념 아래 무조건 해서 ‘해피엔딩’을 찍은 ‘국가대표 사격 선수’ 조정 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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